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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르망레이서 이야기(1989)

르망레이서 순정시트 가죽 작업기 - 2020.06.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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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사실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신경을 쓰고 있지도 않았다.

전혀 불편하거나 거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회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할 것도 많은데 굳이 시트에까지 신경과 돈을 쓰고 싶지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 르망 레이서의 시트는

저런 맞지도 않는 이상한 인조가죽(레자) 시트커버를

뒤집어쓴 채 숨죽여 버텨왔다.

(어느 차종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한 번도 저 커버를 모두 벗겨볼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당연하게도 처음부터 내외부 상태가 최악이었기에

시트 또한 상태가 안 좋아서 맞지도 않는 커버라도 억지로

씌워 놓았겠거니~ 하고 가볍게 넘겨 버렸다.

하지만,

 

지름을 관장하시는 성스러운 신은

언제나 그렇듯 예고 없이 성큼 내 곁에

오셔서 마구마구 지름의 유혹에 빠지게 만드신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시트를 바꾸고 싶다!

이제 저 이상한 시트커버가 거슬린다.

나도 이런 버킷 시트를 장착하고 싶다.

그래~!

남들도 다 투스카니 시트로 개조하는데

나도 해보자!

며칠 후,

일사천리로 투스카니 시트를 구했다.

으흐흐...

이제 브래킷과 레일 용접만 하면 된다~

그런데,

도대체 안쪽 시트는 상태가 어떻길래

커버를 씌워 놓은 거지?

어차피 버릴 건데 시원하게 벗겨 보자~



 

구형 르망 레이서 순정 시트는

버킷 시트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원하던 이런 버킷 시트가

바로 나에게 지금까지 있었지만,

몰랐었다.

이제 알았다.

등잔 밑이 어두워서

투스카니 시트를 사버리는

- 안타까운 -

돈 지랄을~ 흐흐흑~ㅠ

다 나가줘,,, 혼자 있고 싶어...

테이프로 붙여진 부위는

가죽이 세월을 못 이기고

터져서 속 내용이 훤히 보이는데;;;

아 뿔 싸

럴수 럴수 이럴 수가...

전설의;;;

야자수 나무 시트다...ㅎㄷㄷ

그 시절,

고급 수입 차량에만 적용되던

그 전설의...

도대체

대우자동차는 르망을 얼마나

사랑했던 것인가?????

북미형이라서 그런게야???

아니면 내수용도 동일 한건가???

계획을 바꾼다.

 

그래!

순정이 좋은 것이여~

순정을 살리기로 결정한다.

르망레이서 복원의 또다른 시작이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일산에 있는 시트전문점에 들러

조수석을 분해해서 내려 놓고

패턴 작업을 의뢰했다.

- 계속 -

 

 

 

 

 


 

 

시트 전문점에

패턴 제작을 의뢰하고

며칠이 지났는데

문득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시트 측면의 노브(레버)...

 

세월에 따른 노화와 파손이었다.

시트 장착 예정일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기에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시트 장착 시에 같이 작업을 해야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는데,,,

시간이 없다...

순정을 구한다는 것은

사막에서 동전 찾기와 같다고 판단하고

국내로 눈을 돌렸다.

모양을 유심히 보고 있자니

딱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투스카니 시트 노브였다!!!

얼추 비슷해 보인다.

자동차 카페 분에게 도움을 받아

정확한 품명과 품번 가격정보를 입수하고

서둘러 부품점에 전화를 했다.

 

But...

재고를 보유한 곳은 전국에 단 한곳도 없었다.

모비스 본사에 문의하니

유통 쪽에 재고 4개가 있는데,

그게 전부란다.

다시 근처 부품점에 전화해서

남은 재고 모두를 신청해 달라고 했는데

그게 안된다고 한다.

부품점에서 그렇게 남은 재고를

싹쓸이 식으로 주문을 하면 본사 측으로부터

조사가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두 개만 주문했다.

다른 부품점을 통해 나머지도 주문할까 했는데

사실 시트 측면 노브는 사용 빈도가

그다지 많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장착해 놓으면 실상 폐차 때까지 사용

가능할 것이라 본다.

지금 달려있는 노브도 30년 넘게

달려있었던 것이기에...

 

장착 바로 전날

퇴근하자마자 달리기 시작해서

부품점 문 닫는 시간 2분 전에 도착하여

가까스로 내 손에 '겟' 할 수 있었다.


D-Day.

8시 오픈인데 7시 30분에 도착하여

사장님을 기다렸다.

나는 성격이 매우 급하다...

그래서 이렇게 몸이 늘 고생이다.

사장님은 정확히 8시에 오셨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운전석 또한 분해해서

수술대 위로 올라갈 준비를 한다.

순정으로 씌워져있는 가죽시트가

고급 가죽이라고 한다.

( 이제 와서 무의미한 이야기지만 ㅠ )

 

보통 오래된 대부분의 시트 스펀지는

탄성과 복원력도 죽고 삭기 마련이라는데

상태도 좋고 삭은 부위도 전혀 없다고

사장님도 감탄하신다.

스펀지 삭은 부위

있으면 재작업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야자수 나무 시트의 모습이다.

패턴 작업이 완료된 새로운

가죽 시트커버 준비하고

- 작업 시작 -

- 잠시 후 -

 

맞은편에서는 직원분이 운전석 작업 중

 

 

시트 안에서 동전 하나가 나왔는데

1987년산 100원이다~

 

투스카니 시트 노브 케이스가

크기가 더 크다.

그래서 즉석에서 급하게 가공을 해 주었다.

 

전 후

캬~ 잘 맞아떨어지는 걸 보니

속이 다 후련하다.

 

 

 

운전석 장착 완료

 

 

 

 

조수석 장착 완료

새 시트에 앉아 보니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다.

순정과 100% 동일하게 패턴을 제작하여

1989년 세상으로 처음 나올 당시의

시트 모습을 그대로 살려냈다.


잠시 추억에 잠기는

시간...

 

 

 

 

안녕히 가세요~ 그동안 즐거웠고 수고하셨습니다.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르망 레이서

시트 복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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