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oxidation,corrosion - 머플러 교체 기록 2020. 11. 25~12.19
만남은 때론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좋은 만남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만남이
끝내 파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금속과 산소, 물의 만남,,,
즉 철, 산소, 수분의 만남과 결합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산화&환원 과정,,,,
그리고 남겨진 산화철...
11월 초 이른 아침,
주차를 하려고 하는데 뒤 쪽에서 다라락~ 하는
방정맞고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뒤에서 차량의 진동에 비례해서 소리가 커질만한 것은
머플러 관련 부품들 말고는 딱히 없다.
그리고 남겨진 것들...
후 소음기 클램프가 부식이 심하게 진행이 되어
끊어져 버렸다.
이 상태로 운행을 하면 위험하기에 급히
트렁크를 뒤져 스탠 반도를 찾아내서 견인 고리에
임시로 고정시켰다.
급하게 아래로 더 이상 쳐지지 않게 조치하고 촬영
머플러야 뭐 워낙 수분과 열에 노출이 되다 보니
부식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지만 클램프가 먼저 부식에
쓰러졌다는 것은 아마도 과거 머플러 교체 시
새 부품으로 교체 안 하고 재 사용 한 걸로 보인다.
클램프의 부식이 소음기 표면까지 잠식했다.
예상치 못한 부식관리는 어렵고도 험난한 길이다.
트렁크를 좀 더 뒤져서 스탠 밴드 긴 것들을
찾아내서 소음기 몸통을 추가로 감싸 고정해 주었다.
사실 이 상태로 그냥 타고 다녀도
머플러 완전히 부식되어 구멍이 날 때까지는
몇 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며칠 후,
앤드 머플러만 분해해서 표면 녹 긁어내고 징크 스프레이
도포해 주려고 오전부터 차 밑에 기어 들어가 씨름했는데
도저히 중간 머플러 파이프와 분해가 안된다.
클램프로 인하여 강하게 압착이 되어 있는 데다
연결부의 녹들이 서로 강하게 붙어버려서
리프트에 올리지 않고서는 힘들어 보인다.
주택가라서 소리 나는 망치질은 엄두도 못 낸다.
결국 흙먼지만 잔뜩 뒤집어쓴 채 기어 나와서
조용히 부품점에 전화해서 부품 재고 현황 확인해 본다.
1개 있다고 해서 출발~
앤드 머플러는 의미 없지만 에스페로 용이다.
어차피 르망/씨에로/에스페로는
하체 대부분의 부품이 같거나 약간 달라도 호환이 된다고 봐도 된다.
저 긴 꼬랑지는 싹둑 잘라 버리고
머플러 팁을 다시 구해서 장착할 것이다.
부품점 창고에 13년간 잠들어 있던
중간 머플러도 같이 구매했다.
아마 마지막 물량이었을 것이다.
상태가 좋았다면 가격이 꽤 나가는 부품인데
땡처리 파격가에 구매한 이유는,,,,
바로...
그렇다...
녹이다~
상품성이 상당히 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는 몰골이다.
중간 소음기도 상태가 괜찮아서
교체할 필요는 없는데, 그냥 앤드 교체하는 김에
다 하려고 계획 중이다.
예전 나에게 오기전 소음기들 교체할 때
방청 작업을 전혀 하지 않고
장착을 했기에 신경이 쓰였다.
기존 장착 소음기들은 교환 후 다시 소생 작업 들어가
창고에 고이 보관할 예정이다.
그전에,
부품들의 표면 부식이 상당히 거슬려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상태로 장착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기에
녹 제거 작업에 바로 착수했다.
그라인더와 장착할 쇠 솔을 준비하고~
는 개뿔,,,
고수는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
나는 고수가 아니기에 장비 탓을 하며 몸으로 때운다.
나에게는 믿음직한 두 팔과 두 손이 있다.
깨끗이 녹을 제거해 주었다.
꼬랑지도 쇠톱으로 댕강 잘라버리고
절단면도 다듬어 준다.
중간 머플러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녹도 녹이지만 너무 길어서 자세 잡기가 상당히 난해했다.
혼자 수공구로 작업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라인더를 구입할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ㅋㅋㅋ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수행을 한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이런 일련의 모든 작업들이 수행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련다.
쇠 솔을 들고 녹을 긁어내는 동안은 고뇌와 잡념들로부터
잠깐이나마 멀어질 수 있었다.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나아가서 그런가 보다.
다만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어느 쪽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3시간 정도 녹 제거 작업 후...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내가 바라던 대로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 2편에서 계속 -
오프라인에서는 가격이 너무 비싸
온라인으로 주문했던
징크 스프레이와 블랙 코트가 도착했다.
머플러들이 기다리고 있는,
옥상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조금씩 무언가가 되어간다.
깊어질 수 있다면
무엇이 되어도 좋다.
징크 스프레이를 신나게 도포해 준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시작한
11월 말의 저녁이라서 토치를 이용해 달궈주고
스프레이 도포를 무한 반복한다.
아침저녁으로 계속 도포해 준다.
주문한 스프레이 다 사용할 때까지
아낌없이 도포한다.
두께가 제법 된다.
볕이 좋은 주말에는 이렇게 양지를 찾아
하루종일 바싹 말려준다.
온라인으로 주문했던 클램프도
아연 코팅해 준다.
보름 정도 뿌리고 말리고 반복한 것 같다.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더 이상 뿌리는 것은 오바인 것 같다.
앤드 머플러는 추가로 블랙 코트를 입혔다.
이름셔 머플러 오마주다. ㅎㅎㅎ
모든 도색 작업이 끝난 후
발포지로 소중하게 포장한 뒤
창고에 소중히 보관한다.
주문한 머플러 팁과 개스킷,소클램프 등이 도착하면
장착하러 출발할 것이다.
이번 머플러 팁은 대형 사이즈로 선택했다.
이제 장착하러 출발해 볼까??
주말을 기다려
일산 정비소로 향했다.
항상
르망 정비하러 일산에 올 때마다
감회가 새로워짐을 느낀다.
정확히 3년 전 이맘때에도 르망은 지금
이 자리에 있었고 회생 중이었다.
그러나 그때의 르망에 비하면
지금 르망은 천지개벽 수준이다.
물론 내 체력과 시간과 돈과 영혼을 갈아 넣었기에;;;
하지만 과거 그 르망도 내 르망이고
현재의 르망도 소중한 내 르망이다.
미래의 르망은 과연 누구 르망일까???
올 때마다 부품이 한 보따리구나~
부품을 바로 구할 수 없는
슬픈 영혼의 자동차라서
이렇게 한번 올 때마다
마치 그 옛날,
시골서 올라오시는
외할머니의 믿기 힘든
많은 양의 짐 보따리처럼
바리바리 싸 와야 맘이 놓인다.
보고 있자니 가심비 가득해 보이는구나~
결론적으로
앤드와 중간 머플러는 탈착하면
회생시켜 창고에 보관하려는 계획이었지만
막상 분해하고 나니 그러면 안 되는 상태였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였던 중간 머플러는
오래전 수명이 다 한걸로,,,
앤드 머플러는 억지로 살리려면 가능은 한데
노력 대비 득이 상당히 적어 보여 버렸다.
물론 머플러 팁은 따로 떼어 놓았다.
마티즈에나 달아 줄까 생각 중이다.
그래도 다행히 볼트와 너트는 별다른
이벤트 없이 잘 분해되었다.
잘 안 풀리면 불을 데고,
최악의 경우 그냥 부러뜨리기로 사장님과
무언의 합의를 하고 작업에 들어갔었다. ㅋ
사라져 버릴 것과 다시 채워질 것
춥다.
오늘 아침은 한파가 절정이었다.
발가락에 감각이 둔한것이
동상에 걸린 기분이다.
작업 할 때는 몰입해서 추운걸 못 느꼈는데
마무리 되어 가니 심한 한기가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