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르망레이서 이야기(1989)

르망 레이서 타이로드 교체와 휠 얼라인먼트 정비, 그리고 길에서 퍼지다. - 개 같은 날의 오전 - 2020. 8. 23

르네상스의 오래된 자동차 2021. 6. 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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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파주 오래된 부품점에 가서

타이로드와 엔드까지 한 세트로 된 걸 구입했다.

신품 새 거라고는 하지만 항상 그렇듯

보관 기간만 최소 10년 이상이다.

 

정비사분이 진짜 새 거냐고 몇 번을 물어본다.

새 거 맞아요~

최소 15년 전부터 새 거였어요~

동네 백수 개 갤러리 등장

뭐여? 뭔 차여? 르망 인겨?

궁둥이가 튼실한 개 아주 보기 좋구나~

가라고 해도 안 가고 계속 메롱 메롱~

 

분해 시작

문제의 운전석 타이로드 전체 분해한다.

이것저것 다 뜯으면 작업은 편한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는 관계로

에어 클리너 통만 제거하고 작업한다.

엔드는 어차피 못 쓸 거 같고

로드랑 어드저스터 까지는 불로 지져서

어떻게든 빼서 보관 들어가야겠다.

제1의 조건

열정(Passion)

 

젊은 사장님이 아주 파이팅이 넘치신다.

자세도 안 나오고, 작업 공간도 없어서

나는 짜증 나서 만지기도 꺼려 했었는데,

진작 르망에게 나도 무릎을 꿇었어야 했는가 보다.

그동안 르망 앞에서

주제도 모르고 내가 너무 뻣뻣하게 굴었다.

반성한다.

미안하다.

젊은 사장님께

오래된 차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바른 자세를

다시 배운 2020년 8월 22일의 오전이었다.

 

바로 근처 업체에 얼라인먼트를 보러 갔다.

헌터 기계만이 르망 레이서 얼라인먼트 데이터를

지원하는 것 같다.

다른 기계들은 전부 르망 한 개 밖에 없는데

헌터 장비만 르망과 르망 레이서가 구분되어 있다.

 

 

붉은 적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토우 값~

열심히 정상치로 맞추는 중~

이제 더 이상 얼라인먼트 안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남들은 폐차할 때까지 몇 번 안 보는 걸

나는 너무 자주 보는 것 같다...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테스트 주행 겸 집에 가려고

자유로에 올랐다.

차도 별로 없고, 날씨도 쾌청하니~

기분이 상쾌하여 악셀에 얹은 오른발에

힘이 잔뜩 들어갔었나 보다.

순간 정신을 차리고 계기판을 봤을 때

이미 바늘이 꺾인 상태였고

그다음 순간 '특~;' 하는 작은 소리가 난 후

세상이 고요해 짐을 느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서둘러 방향 지시등을 갓길 방향으로 작동했는데

반응이 없다.

비상등도 반응이 없다.

시동이 꺼진 것이다.

꺼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전원이 완전히 나간 상태라는 것을

배터리에 직결된 볼트 게이지가 사망한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속도가 상당했었는지

관성의 법칙으로 인해 시동이 꺼졌는데도

꺼진 것을 바로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잘 달리고 있었다.

갓길까지 차선이 모두 비어 있었기에

천천히 침착하게 갓길 쪽으로 빠져서 풀 브레이킹을 한다.

무언가 탄 냄새도 안 나고,

보닛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지는 않는다.

다행히 화재의 위험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지금 이곳에서 내 힘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르망을 깨워 자력 탈출은

불가능하고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서둘러 보험사에 따스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다.

8월 중순이 훨씬 지난 계절의 더위는

순간 나를 두통과 밀려오는 짜증으로

견디기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알다시피 일산방향 자유로 바로 옆은

성동 IC까지 군사시설인 철책이 이어져 있다.

그 너~머로는 바로 북한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북쪽을 향해 함부로 사진을 찍으면

5분 대기조 출동하고 난리 블루스가 일어날 수도 있기에

최대한 소심하게 구난 장면 두 컷만...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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