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차를 메인(데일리)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 2019.04.20
기온이 낮에는 부쩍 높이 오른다.
반팔만 입고 있어도 서늘하게 느껴지지 않으니
조금 있으면 바로 여름이 올 것 같다.
여름이란 계절은 어쩌면 배전기 타입 구형 르망에게는 쥐약인 것 같다.
메인 카로 써 그동안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해냈던 어코드가
매각이 되어 떠나간 뒤로, 마음에 드는 차량을 아직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르망이 갑자기 메인으로 격상되었다.
아니, 어쩌면 이게 더 잘 된 일이라고 스스로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다.
르망을 매일 타는 것이 세워두는 것보다 좋기는 할 것이다.
기계라는 것은 자고로 오래 세워두기보다는 움직여서 오일을 순환시켜주고
통전도 시켜주고 해야 튼튼하게 오래 유지된다.
문제없이 잘 다니던 르망이 며칠 전부터 신호 대기 시
엔진 부조를 일으키고 급기야 꼴깍꼴깍~ 숨 넘어가려 하다....
마침내 시동이 꺼져 버린다.
다시 시동을 켜고 양발을 사용하여 신호 대기 시에는 스로틀을 조금 더 개방하여
RPM을 1100~1200 정도 강제로 유지 시켜준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구석으로 간신히 차를 몰고 간 뒤, 점화 케이블을 하나씩 빼보며 확인하니
그렇게 크게 반응을 보이지는 않으나 일단 응급처치로 모두 교체한다.
한동안 잘 간다.
아무 문제없이...
그러다 액셀을 조금 깊게 밟으니 엔진 경고등 들어오고 차가 울컥...
속도가 안 나고, 차가 힘이 없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하게 연료계통 문제라고 생각했다.
멈추면 또 시동이 꺼질 것이 분명하기에 옆으로 빠져서 달리다
예전에 지나가며 유심히 보았던 카센터에 일단 차를 세운다.
사장님께 차가 울컥거린다고 말씀드리니 오셔서 한참을 유심히 보시더니
일단 진공 문제 같다고 하신다.
나는 재빠르게 스트럿바 분해하고 에어클리너 통 분리해 내어
사장님이 조금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실 수 있게 해 드렸다.
다짜고짜 카센터에 와서는 트렁크에서 자기 공구통 꺼내고
혼자 알아서 분해하고 있으니 사장님이 신기하셨나 보다.
아니다, 나 같은 이상한 방문자는 그동안 아마 없었겠지;;;
진공 쪽 한참을 살펴봐도 별다른 이상 증세를 못 잡아내고,,,
아마 맵 센서 안 좋아도 이런 증상 있다고 하셔서
트렁크에서 바로 새 센서 갖다 드렸다.
상태는 그대로다 ㅠㅠ
주문해 두었던 IAC 모터가 생각나 갖다 드리니 바로 교체하신다.
아쉽게도 상태는 또 그대로이다.
연료 쪽도 한참을 관찰했지만 문제가 없다.
레귤레이터도 이상 없고,,, 아~ 기억을 더듬어 본다.
점화 타이밍이 틀어진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창고에서 한참을 뒤지시더니
타이밍 라이트를 꺼내 오셨는데... 아뿔싸,,,
배터리가 없다.
하긴, 굉장히 오랜 시간 사용할 일이 없었으니 없을 만도 하다.
어쩔 수 없이 임의로 점화 타이밍 조정을 해봐도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스캐너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약 2시간 정도 이것저것 해보았는데 별다른 답을 찾지 못했다.
배전기를 교체해 보는 것이 좋다고 하시는데 배전기 가격은 너무 사악하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교체해도 별다른 호전이 없을 거라 느껴진다.
시동이 꺼지려는 차를 억지로 생명을 불어넣어주며
집 앞까지 무사히 와서 일단 세워둔다.
밤사이 생각을 정리하고
토요일 오전 중에 다시 사투를 벌이기로 했다.
일단 엔진이 식은 상태이므로, 열이 바짝 올랐을 때
증상이 나타났으니 엔진 열을 바짝 올리기 위해 드라이브를 나선다.
10킬로 정도 달리자 신호가 온다.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엔진룸을 열어 점화 타이밍 다시 조정해 본다.
반응이 별로다.
점화 코일 바꿔본다 - 별로다.
큰일이다...
집까지 다시 가야 하는데,,, 가는 도중 시동 꺼지면 어찌하나 ㅠㅠ
저세상 가려는 엔진, 오늘도 역시 억지로
멱살 잡고 인공호흡하며 집까지 억지로 끌고 왔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서 인지 어질어질했다.
항상 그래 왔듯이, 하나씩 뜯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다.
어제 사장님과 같이 보던 중 의심이 가던 것이 바로 진공 호스였다.
맵 센서와 흡기로 연결되는 진공 호스를 일단 뜯어 버렸다.
세월이 흔적이 있기는 하지만 딱히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항상 진공 호스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명언이 있다 ㅋㅋ
과감하게 버려 버리고, 핸디 오일 호스로 쓰려고 사서 남은 파란색
호스가 보이길래 일단 길이 맞춰 자르고 끼워본다.
잘 맞는다. 원래 이 자리에 있기 위해 생겨난 것처럼...
내친김에 EGR 진공 호스도 바꿔 버렸다.
오우~ 원더풀~ 컬러풀~ 퐌타스틱~
정말 잘 맞는다.
왜 진작 바꿀 생각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
배전기 캡을 열어 상태 확인해본다.
교체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캡과 로터는 깨끗하다.
배전기 쪽의 접촉면이 약간 지저분해 보여서 철솔로 빡빡 청소해 준다.
다음으로는 이상 연소와 매캐한 냄새 현상이 있었다.
점화플러그에 카본이 덕지덕지할 거란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완벽한 연소를 위하여 점화플러그를 모조리 다 빼서
카본 다 긁어내고, 클리너로 깨끗이 세척해 줬다.
연소실도 카브 클리너 청소해 주고 흡기 쪽도 전부 청소해 준다.
엊그제 종종 들르던 카센터 갔다가 바닥에 굴러다니기에 주워온 케이블로
접지를 해줬는데 엄청난 두께다 ㅋㅋㅋ
용접 어스선을 구하려 했는데 마땅한 것을 못 구해서 이거로라도 대신한다.
분해했던 모두를 재조립하고 시동을 걸어본다.
오우~ 엔진 경고등이 언제 들어왔었냐는 듯 깜깜무소식이다.
집 나간 엔진 경고 등을 찾습니다~
차분하고 안정된 엔진음과 RPM~
다시 예전의 착하고 순하고 야무지고 매력적인 르망으로 돌아왔다.
또 언제 동일 증상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트렁크에 예비로 항상 채워 넣을 것은
점화플러그 1세트
점화 케이블 1세트
캬브 클리너 2 통정도
배전기 캡과 로터
점화코일
진공호스